원이 아버지께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 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가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서러운 뜻 끝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 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건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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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4월 경상북도 안동시 정상동에서 어느 문중 산소를 이장하는 과정에
두 구의 미라와 무덤의 주인공인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적은 감동의 편지가 발견 됐습니다
1586년(음력)6월1일 서른한 살의 나이로 죽은
남편 이응태를 그리며 부인이 써서 관에 넣은 한글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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